요즘 인터넷을 보다 보면 사람 성향을 나누는 말이 정말 많아졌다. MBTI는 이제 기본이고 연애 유형, 애착 유형, 에겐남 테토남, 에겐녀 테토녀처럼 새로운 성향 구분도 계속 나온다. 하나 유행하면 거기서 또 새로운 테스트가 만들어지고, 며칠 지나면 처음 보는 유형 하나가 또 등장한다.
나도 이런 테스트를 싫어하는 건 아니다. 오히려 심심할 때 한 번 해보면 재미있다. 내가 평소에 생각했던 내 모습과 비슷한 결과가 나오면 은근히 신기하기도 하고, 친구들이나 주변 사람과 결과를 비교하면서 이야기할 소재도 생긴다.
얼마 전에는 요즘 자주 보이는 에겐과 테토가 정확히 무슨 뜻인지 궁금해서 따로 정리해봤다. 에겐, 테토라는 말을 처음 본 사람이라면 아래 글을 보면 대략 어떤 의미로 사용하는지 알 수 있다.
재미로 보는 것까지는 좋은데
그런데 요즘은 조금 과하다는 생각도 든다. 사람의 행동 하나를 보고도 무슨 유형인지부터 찾으려고 하는 경우가 많아진 느낌이다. 연락이 늦으면 회피형, 표현이 많으면 에겐, 적극적이면 테토, 혼자 있는 걸 좋아하면 또 다른 무슨 유형이라는 식이다.
원래 사람 성격이라는 게 그렇게 간단하지는 않다. 같은 사람도 회사에서 행동하는 모습과 친구들 사이에서 행동하는 모습이 다르고, 연애할 때도 또 달라진다. 오늘 기분과 내일 기분에 따라서도 반응이 달라질 수 있다.
그런데 성향 테스트 결과를 너무 믿기 시작하면 반대로 사람을 결과에 맞춰서 보게 되는 것 같다. 실제 사람을 보고 판단하는 게 아니라 먼저 유형을 정해놓고 그 사람 행동에서 거기에 맞는 부분만 찾는 식이다.
사람을 이해하기 위한 도구가 사람을 단순하게 만들기도 한다
MBTI가 처음 크게 유행했을 때는 서로 성격을 이해하는 데 꽤 재미있는 도구라고 생각했다. 나는 이런 상황에서 이렇게 행동하고 너는 저렇게 생각하는구나 하면서 이야기를 시작하기 좋았다.
문제는 어느 순간부터 성격을 설명하는 정도를 넘어 사람을 판단하는 기준처럼 사용되는 경우가 생긴다는 것이다. 특정 MBTI는 연애하기 힘들다거나, 특정 유형은 믿으면 안 된다거나 하는 이야기를 보다 보면 결국 예전에 혈액형으로 성격을 나누던 것과 크게 다른가 싶기도 하다.
에겐과 테토도 비슷하다. 말 자체는 재미있다. 부드럽고 감성적인 사람과 행동이 빠르고 직선적인 사람의 특징을 과장해서 표현하다 보니 인터넷 밈으로 사용하기도 좋다. 하지만 실제 사람을 두 종류로 정확히 나눌 수 있는 건 아니다.
요즘은 테스트보다 사람이 더 복잡하다
성향 테스트가 계속 만들어지는 이유도 이해는 된다. 결과가 바로 나오고, 나에 대한 이야기라 관심이 가고, 다른 사람에게 공유하기도 쉽다. 콘텐츠로서는 상당히 재미있는 형식이다.
그래서 앞으로도 새로운 테스트는 계속 나올 것 같다. 나 역시 재미있는 게 보이면 또 해볼 것 같다. 다만 결과를 보고 “나는 원래 이런 사람이야”라고 너무 확정해버릴 필요까지는 없다고 생각한다.
사람은 생각보다 상황에 따라 많이 달라진다. 에겐 같은 면도 있고 테토 같은 면도 있을 수 있고, 내향적인 날도 있고 유난히 사람을 만나고 싶은 날도 있다. 그게 오히려 평범한 사람 모습 아닐까 싶다.
성향 테스트는 그냥 서로 이야기할 거리를 하나 더 만들어주는 정도가 가장 재미있는 것 같다. 결과는 가볍게 보고, 사람은 조금 더 오래 보는 게 맞지 않을까 한다.